술·육류 즐기는 당신,
혈관 막는 ‘피떡’ 주의보
고지혈증 환자 2013년 130만명 육박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김종대)이 최근 발표한 고지혈증 진료 인원 추이가 충격적이다. 2008년 74만5948명에서 2013년 128만8087명으로 무려 72% 증가했다. 고기와 술을 즐겨 먹는 남성이 많이 걸릴 것 같지만 실제론 여성에게 더 흔히 발생한다는 점도 놀랍다.
고지혈증은 그 자체로는 질환이라고 할 수 없으나 고혈압·당뇨병 등 성인병을 동반하기 쉽고, 종국에는 동맥경화증·협심증·심근경색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질병의 원인이 된다. 특히 중년 여성은 남성에 비해 고지혈증에 걸릴 확률이 훨씬 높은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 “폐경기 겪은 50대 여성이 가장 위험”
고지혈증은 혈중 지방(콜레스테롤)의 농도가 너무 높아 혈액 찌꺼기에 해당하는 혈전(피떡)이 체외로 배출되지 못하고 혈관 벽에 달라붙는 현상이다. 혈전이 자꾸 쌓이면 혈관이 좁아지며 피가 제대로 통하지 않다가 결국 혈관이 막히고 만다.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함은 물론이고 심한 경우 심장이 멎어 생명까지 위협받는다. 치사율이 매우 높은 심근경색은 대개 고지혈증에서 비롯한다. 고지혈증을 ‘만병의 근원’이라고 부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고지혈증은 공복 상태에서 혈액검사를 통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혈액 0.1ℓ당 콜레스테롤 수치가 200㎎ 미만이면 정상, 200∼239㎎이면 고지혈증 주의, 240㎎ 이상이면 고지혈증으로 각각 판정한다.
문제는 고지혈증은 상당히 악화하기 전까지는 별다른 증상이 없어 알아채기 어렵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동맥의 70% 이상이 막혔을 때에야 비로소 목 뒷덜미가 찌릿찌릿하거나, 손이 떨리는 증상이 나타나는 정도”라고 말한다.
여성의 경우 폐경이 고지혈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정설이다. 그래선지 건보공단 통계를 보면 60대는 여성이 남성보다 고지혈증 진료 인원이 두 배 이상 많았다. 을지대병원 내분비내과 이재민 교수는 “폐경 등을 겪은 50세 이상의 중년 여성은 고지혈증 위험이 매우 높은 만큼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혈액검사를 받아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 “육류 섭취 줄이고 수시로 운동해야”
고지혈증은 크게 유전적 결함에 의한 1차성 고지혈증 과 질병·약물·식습관 등 환경적 요인에 의해 유발되는 2차성 고지혈증으로 나뉜다.
질병 중에선 갑상선기능저하증, 신장질환, 요독증, 폐색성 간질환, 췌장염 등이 고지혈증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약물의 경우 경구피임약이나 부신피질호르몬제 등이 고지혈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알코올과 포화지방산이 함유된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식습관이 고지혈증의 원인이란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고지혈증의 치료와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식이요법을 통한 혈중 지방의 정상화”라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담배를 끊고 음주량을 줄이며 적절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육체의 활동량을 늘려야 한다. 특히 지속적인 조깅, 산책, 수영, 자전거 타기, 스키, 체조, 골프 등의 유산소운동을 권하는 이가 많다.
지나친 음주와 육식은 혈중 지방(콜레스테롤) 농도를 높여 고지혈증으로 이어지기 쉽다. 고지혈증을 막으려면 술을 줄이고 육류 대신 가급적 채소를 섭취해야 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고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 박재형 교수는 “균형 잡힌 식사를 하되 과일과 야채 등을 충분히 섭취하고 지나친 육류 섭취를 삼가며 생선을 많이 먹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또 하루 30분 이상 일주일에 4, 5회씩 하는 운동을 통해 혈관을 젊은 상태로 유지하고 몸무게도 조절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