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로 넓게 뻗은 도로와 적당히 높은 빌딩들, 새 도시 느낌이 물씬 나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경찰서를 방문했다.

 

한낮의 무더위가 갑자기 내린 소나기로 시원해질 시간이었으나 일산경찰서 사이버팀의 열기는 후끈하게 달아올라있었다. 며칠 전 몸캠피싱 피의자들을 구속한 뒤 여죄 수사를 통해 또 다른 피의자들을 긴급체포하여 경찰서로 데리고 온 직후였기 때문이다.

 

한국말 욕설을 섞어가며 반항하는 중국 조선족 피의자들을 제압하여 유치장에 입감시키고 난 뒤 우리는 김선겸 팀장과 팀원들과의 인터뷰를 시작했다.

 

Q. 일산경찰서 사이버팀은?

 

(김선겸 팀장) 우리팀은 저와 얼마전 쇼핑몰 사기로 특진한 권정상 경감, 김규환, 김종규, 김진규, 원은경 경사, 김길회, 전원석 경장 그리고 윤제용 순경 이렇게 9명이 함께 근무하고 있습니다.

 

김선겸 팀장은 2007년부터 사이버팀의 팀장으로 근무를 시작하여 현장에서 확인한 초창기 사이버 범죄부터 최근 변화하는 신종 범죄의 양상까지 막힘없이 우리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사이버범죄자들을 지속적으로 검거해야만 더 많은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김선겸 팀장의 철학은 팀원들에게까지 이어져 피의자를 검거하기 위해서는 전국 어디든 함께하는 팀원들이 팀장님을 따르고 있었다. 같은 생각을 하며 같은 목표를 향해 많은 시간을 함께 해 온 팀이라 그런지 몰라도 눈빛만 봐도 마음이 통한다는 말이 일산 사이버팀에 딱 들어 맞는 것 같았다.

 

Q. 다른 경찰서보다 실적이 좋은 이유는?

 

(김선겸 팀장) 팀웍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경찰서도 다른 경찰서와 마찬가지로 일반민원사건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로 인지까지 할 수 있는 이유는 팀원들 모두 다 같이 사이버범죄를 근절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물론 몇 일간 한 사건에 매여 있다가 돌아와 사무실에 돌아오면 수십건의 사건이 저희들을 반기고 있습니다(T.T). 그래도 이런 것들을 대하여 불만이 많을 텐데 묵묵히 잘 따라오는 팀원들을 만난 것이 큰 복이라고 생각하고 저도 더욱 더 노력하고 있습니다.

 

Q. 그런거 말고..다른거 없나여? 노하우?

(김선겸 팀장) 없다고요...

 

특별한 노하우가 없다고 이야기 하였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는 중에도 별도의 지시가 없더라도 검거한 피의자조사와 구속영장, 압수영장 관련 업무가 진행되는 것이 마치 야구경기에서 투타의 조화를 보는 것과 같았다. 몇 년전부터 맞춰온 손발이라는 것이 팀웍이고 사람이 바뀌더라도 함께 고생하면 자연스럽게 팀웍이 생긴다는 김선겸 팀장의 말이 한층 더 신뢰감이 느껴졌다.

 

Q. 최근의 사이버범죄 경향은?

 

(권정상 경감) 최근 사이버범죄 피의자의 트렌드는 카카오톡이나 기존 문자 통화를 하지 않고, 큐큐, 위쳇 같이 추적을 피할 수 있는 메신져를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대포폰도 사용하지만 인터넷망만을 이용해서 연락을 하고, 별도로 기록이 남을 수 있는 전화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 수법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사이버안전국 출범 후 대포통장근절 예방활동 및 검거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범죄자들은 더더욱 폐쇄된 인적네트워크 안에서만 계약과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수사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지만, 끝까지 추적해서 잡는다는 생각으로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버범죄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증거는 없어지고 과거 사건과 현재 사건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조직적으로 행해지는 사이버범죄의 특성과 더불어, 범죄자 서로 간 연락은 모바일로 하기 때문에 증거확보를 위해서는 신속한 모바일 증거 확보가 필요해질 것이라고 한다.

 

범죄자 1명을 검거하더라도 다른 공범들까지 순순히 알려주는 착한(?) 범죄자들은 없기 때문이다. 최초 검거된 범죄자에 이어 공범까지 검거하기 위해서는 서로 연락한 모바일 기기를 최대한 빨리 분석하는 것이 중요한데, 현재 일산경찰서는 1시간여 거리에 있는 의정부 경기2청에 증거분석을 의뢰하고 있어 많은 불편함이 있다고 한다. 쉽고 간편한 모바일 증거분석 기술이 개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지방청 사이버팀은 일반 접수사건을 하는 경우가 드문 반면, 일선 경찰서는 진정 고소사건으로부터 사건을 발전시켜 검거할 수 있어 별도로 첩보수집이 주요 업무는 아니다.

 

다만 사이버범죄의 특성상 집중수사가 필요하고 전국적으로 퍼져있는 피해자들의 피해 진술을 받기 위해서는 사이버팀 간의 협조가 중요 부분임에도 사건이송규정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한다. 검거한 피의자가 저지른 사건들을 다른 경찰서와 협의해서 이송을 받지만, 협조를 해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Q. 수사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김종규 경사) 모든 일선경찰서나 지방청도 마찬가지겠지만 사이버금융범죄 피해를 입은 분들을 대하는 것이 가장 힘이 듭니다. 특히 피의자들을 검거한 보도가 나간 뒤에 피해를 입은 분들이 전화로 '돈을 찾아주는 것이냐'라고 물으실 때는 정말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 들어요. 그래서 피해를 막기 위해 검거에 더욱더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많습니다. 수사를 하면서 피의자들을 검거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지만 너무 일에만 얽매이다 보면 저를 기다리는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드네요.

 

인터뷰를 마치고 사무실을 나설 즈음에, 팀원들이 오늘 긴급체포 한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다음 검거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팀원들은 향후 확인된 주범급 피의자 인적사항을 토대로 중국에 공조요청을 하여 검거하고 싶으나 얼마나 많은 시일이 걸릴지 모른다고 하며 한숨을 내뱉었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단위에서 중국과의 공조를원활하게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었지만, 사이버안전국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으로서 제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생각과 일선수사관들의 노력을 100%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사이버안전국이 개국 이후, 사이버수사환경은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좋아졌으며 예전과 달리 건의사항 등에도 신경을 써주는 것 같아 일할 맛이 난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사이버안전국의 업무 범위가 넓어진 만큼 일선의 이야기와 창조적인 생각들이 모이게 되면 사이버수사 역량이 매일같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 반 격려 반의 응원도 있었다.

 

사무실로 옮기는 발걸음을 한층 가볍게 하는 말이었지만, 더욱 더 책임감을 가지고 안전한 사이버세상을 만들기 위해 서로 노력하자는 깊은 의미가 전달되어 왔다.

 

더 좋은 자리에서 다음에 다시 만나기를 약속하며 일산서 사이버팀과의 인터뷰는 마무리되었다.

 

 

우리나라의 모든 사이버수사관들이 힘을 내기를!

아니, 우리가 힘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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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분석팀 이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