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소장님. 방송에서 많이 뵈어서 낯설지 않은 얼굴이시네요.

 

A. 예, 안녕하세요. 이렇게 경찰에서도 제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정말 감사합니다.

 

Q. 별 말씀을요. 범죄의 최일선에 있는 저희 입장에서는 소장님과 같이 범죄 예방을 위해 헌신하시는 분들이 가장 고마운 분들이죠. 먼저 어떻게 지금의 일을 하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대포통장 모집책으로 징역 2년 6월을 받았습니다.

출소하고 나서 제가 연루된 보이스피싱 피해로 어떤 분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정말 심각한 양심의 가책을 느꼈습니다. 심각한 범죄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돈벌이 수단이라고 시작했던 일 때문에 그런 비극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니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남은 인생은 보이스피싱으로 피해를 보았던 분들게 갚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기로 하고 새롭게 출발하였습니다.

 

 

Q. 지금 진행하고 있는 일은 무엇이 있나요?

A. 가장 중요한 것은 금융사기범죄 예방활동입니다.

이를 위해 각종 강연과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범죄를 당하지 않는 방법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 제가 쓴 책을 영화로 제작하는 작업도 추진 중인데요. 아직 투자사가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흥미를 보이는 분들이 있으셔서 조만간 한국 최초로 보이스피싱을 내용으로 한 영화가 제작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금융사기 피해를 원천 예방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앱) 개발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기술 쪽으로는 이미 특허를 받아두었고, ‘크레딧 톡’이라는 이름으로 안드로이드폰 앱은 개발이 완료되었습니다. 지금은 아이폰용 앱을 개발 중에 있습니다.

 

Q.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듣고 싶습니다. 과거 보이스피싱은 발음이 어눌한 중국인 또는 조선족 출신자들이 중국에서 국내로 전화를 하는 수법이었는데요. 최근에는 정확한 한국어를 구사할 뿐 아니라, 전통적인 방법을 넘어서 스미싱·파밍 등 수법도 점차 다변화 되는 것 같습니다. 국내 범죄조직과의 결탁도 거론되는데요. 어떻게 보시는지요?

 

A. 대부분의 범죄조직들은 중국에 거점을 두고, 중국과 한국의 조폭들, 그리고 중국 조선족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각 국가 간 상황 및 법·제도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중국 조폭들이 뇌물 공여 등으로 중국 공안의 수사를 커버해주기도 합니다. 또한, 중국조선족들을 모집하여 콜센터를 운영합니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한국에 입국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Q. 현지 조직 규모는 어느정도나 되나요?

 

A. 규모는 다양합니다. 일이 잘 되는 곳은 40명 정도로 구성됩니다.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을 빌려, 4인 1조로 각각 검찰, 은행, 대출업체 등 역할을 맡습니다. 성과가 좋은 콜센터 팀은 별도 성과급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보이스피싱 피해자로부터 600만원 송금을 받았다면, 콜센터에서 성과급으로 20% 상당을 가져가게 됩니다.

 

Q. 앞서 말씀드렸듯이, 요즘 보이스피싱 전화내용 녹취파일을 들어보면, 조선족이라고 생각하기 힘들만큼 발음이 좋은 경우도 있는데요. 중국에서도 조선족이 아닌 한국인들도 많이 관여를 하고 있나요?

 

A. 네, 그렇습니다. 결국 한국인이 한국인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콜센터에서도 활동을 하고 있지만, 연구팀으로도 많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국세청이다, 검찰청이다, 자녀가 납치되었다’는 여러 보이스피싱 시나리오뿐 아니라, 스미싱과 같은 신종 사이버금융범죄는 모두 연구팀의 연구결과입니다.

 

어떻게 하면 많은 피해자들을 속일 수 있을지 고민을 하는데, 이는 한국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한국인들이 할 수 밖에 없습니다.

 

 

Q. 한국인들은 보이스피싱 조직 내에서 콜센터와 연구팀 등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이군요?

 

A. 그 밖에도 인출모집책, 대포통장모집책이 있습니다.

인출모집책 대장이 한국에서 범행을 하는 사람들 중 총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출모집책 대장은 한국인만 하는 것이 아니며, 중국인이 맡기도 합니다. 입이 무겁고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사람들이 이 역할을 맡게 되며, 가족이 중국에 볼모로 잡힌 경우가 많습니다.

 

큰 돈을 수금하는 과정에서 다른 마음을 갖지 못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대포통장 모집책이 제가 맡았던 역할입니다. 대포통장을 발급받아 인출모집책에 수급을 하는 것입니다.

 

Q. 직접 역할을 하셨던 대포통장 모집책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시겠습니까?

 

A. 네, 제가 대포통장 모집책 대장을 맡았었는데요. 믿을만한 지인들을 통해 대포통장을 매입하고, 이를 인출모집책 대장에게 인계하는 역할입니다.

 

Q. 어떤 방식으로 대포통장을 매입하였나요?

 

A. 취업알선을 이유로 월급통장이 필요하다고 하거나, 신용불량자도 대출을 해주겠다는 광고를 내거나, 경마장 낭인들을 상대로 ‘통장 한 개 만들어주면 돈을 주겠다’고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통장을 빌리거나 매입합니다.

 

말씀드린 방법 외에도 ‘회사설립을 하였는데 근로소득세를 줄이기 위해 차명계좌가 필요하다’고 하며 통장을 매입하거나, 유출된 개인정보(해커 고용 또는 공공기관 관계자를 통해 확보)를 매입하여 통장을 개설하기도 합니다. 무궁무진한 방법을 이용해 통장을 매입하는 것이죠.

 

부산, 인천, 광주, 마산 등 여러 지역에 모집책을 두고 통장을 매입합니다. 지방에서 매일 서울로 직접 올라와 저에게 통장을 전달해 줄 수가 없으니, 저녁 5시쯤 KTX 퀵 화물운송을 통해 보내옵니다. 그렇게 매일 저녁 250~400개 정도의 대포통장이 모입니다. 각 지역별 모집책들에게는 통장 1개당 50만원씩 계산을 하여 송금을 해줍니다. 통장 20개를 보내준 모집책에게는 1,000만원, 30개를 보내준 모집책에게는 1,500만원을 보내주는 거죠.

 

제가 속해있던 조직은 제 윗선으로는 모두 중국인이어서 대화가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항상 조선족 통역사를 통해서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대림, 시화, 구로 등지 레스토랑에서 인출대장을 만나, 통장 1개당 120만원씩 계산을 하여 넘겨줍니다. 인출대장 한명과만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A조 인출대장과 통장 80개 거래를 해서 9,600만원 중 절반인 4,800만원만 우선 송금을 받고, 나머지 절반은 다음날 아침에 받습니다. 그리고 B조 인출대장을 만나서 통장 50개 거래를 해서 6,000만원 중 절반인 3,000만원을 우선 송금받고, 나머지 3,000만원은 다음날 받는 식이었습니다. 

 

Q. 범죄에 필요한 대포통장이 계속 수급이 가능한가요?

 

A. 물론입니다. 보이스피싱에 이용된다고 통장을 매입하려고 하면, 우리 국민 누구도 빌려주지 않습니다. 신용불량자에게 통장을 매입하는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신용불량자도 대출을 해주겠다’고 각종 광고를 내면 전화연락이 옵니다. 대출이 가능한지 확인을 해주겠다며 이름과 전화번호를 물어보면 쉽게 알려줍니다. 이 정보로 통신사에 전화를 걸어, 이동전화 개통이 가능한지 확인을 합니다. 이후 허위로 거래를 잡아주어 신용등급을 올려주겠다고 하며 통장을 보내달라고 합니다.

 

실제 근무여부를 확인하기 때문에 본인 이동전화가 필요하다고 하면 이동전화까지 개통을 해서 보내줍니다. 이런 방식으로만 우리나라 400여만명의 신용불량자들을 쉽게 속이고 통장을 매입할 수 있습니다.

 

Q. 예전의 통장모집책 일의 유혹이 지금도 있지는 않은지요?

 

A. 솔직히 없지는 않습니다. 나쁜 일 하려고 마음 먹으면 예전에 일하던 동생들 모아서 하루에 통장 2-300개는 만들 수 있지요. 그렇지만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안 하는 것입니다. 금융사기범죄를 먹기 위해 금융감독원 등에 자문도 많이 하고, 방송에도 출연해서 피해 예방을 위한 홍보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저 역시 처음에는 이런 저의 개인적인 노력이 어느 정도의 효과를 가져올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없지 않았지만, 최근에 금융권이 내 놓는 지연인출제나 통장 개설 제한 등을 보면 그래도 성과가 나타나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Q. 그렇다면 소장님이 생각하는 근본 해결책은 무엇인가요?

 

A. 따로따로 놀지 말고 통합하자는 겁니다. 보이스피싱 막으면 파밍 터지고, 파밍 막으면 스미싱 터지고. 이러한 현상을 근본적으로 뿌리뽑을 수 있어야 해요. 그래서 제가 고안해 낸 것이 계좌이체나 현금인출 거래, 나아가 신용카드 거래에 있어서도 승인이 나기 직전에 다시 한 번 명의자의 허락을 거치는 시스템입니다.

 

현재는 계좌이체를 하거나 신용카드로 결재를 하고 나서 문자메세지가 오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게 명의자가 직접 하지 않은 이체라던가, 복제된 신용카드라면 어떻게 하나요? 이미 승인되고 거래는 끝난 상황인데, 그 때 문자메세지가 와 봐야 아무 의미 없다는 것입니다. 그 거래의 승인 직전에 명의자의 동의를 다시 구하는 과정을 거치는 시스템이 있다면 이러한 사례를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개발한 것이 ‘크레딧 톡’이라는 어플리케이션입니다. 이제 개발이 거의 완료된 단계입니다.

 

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심성원 실장, 이기동 소장, 박효준 개발이사

 

Q. 소장님의 소신이 금융사기범죄를 예방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주세요.

 

A. 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를 세운 이유는 금융사기범죄에 있어 컴퓨터 보안분야의 안철수연구소와 같은 역할을 하고 싶어서입니다. 책으로부터의 인세든, 영화든 어떠한 수익이라도 생기면 금융범죄로부터 피해를 입은 분들을 돕고 싶은 마음입니다.

 

출소 후에 아무 것도 손에 쥐지 못했던 상황에서 지금의 이 자리까지 올라왔습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금융사기범죄가 뿌리뽑히는 그 날까지 저는 이 한 몸 다 바쳐 싸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 과정을 경찰청에서도 많이 응원해 주셨으면 합니다.

 

 

위협분석팀 이원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