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Y BOOKS]
핵비확산의 국제정치와 한국의 핵정책
한용섭 지음
저자는 1985년부터 6년간 미국의 하버드대학과 랜드대학원에서 미소 간 핵군비경쟁과 핵군축, 재래식 군비경쟁과 군비통제를 연구하고 관련 학위를 받고 귀국하여 1991년 12월부터 1년간 남북 핵통제공동위원회의 남측 전략수행요원으로 일하게 되었다. 그해 12월 제5차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북측 대표가 “지금 남한 땅에 핵무기가 있습니까? 없습니까? 예스 혹은 노우라고 대답하세요”라고 반복적으로 우리측 협상 대표를 코너로 몰아 넣었으나, 우리측 대표는 “시인도 부인도 안하는 것(Neither Confirm Nor Deny)이 우리 정책입니다”라고 반복하여 대답할 뿐 시원한 대화가 되지 않았다.그 뒤 북한 핵위협이 가시화 될수록 우리도 핵에 대한 지식과 비핵화의 방법, 핵협상 기술과 검증방법에 대해 더 알아야 했다. 그리고 세계의 핵무기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 비확산레짐은 어떻게 되고 있으며, 우리가 북한에 요구할 것은 무엇이고, 한미 간의 협조 및 국제적인 지원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다방면의 지식이 필요했다. 사회과학 중심의 정책공동체와 자연과학의 핵공학공동체 간에 지속적인 융합학문적 접근이 필요하였다. 그러나 북핵협상이 북미간의 제네바협상으로 넘어가면서 한국은 남북 핵협상 기간 중에 결성되어 운영되고 있었던 핵정책공동체와 핵공학공동체 간의 네트워크가 사라져 버렸다.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던 저자는 1992년 말 남북한 핵협상이 결렬되자마자, 스위스 제네바 소재 유엔군축연구소 소장에게 편지를 보내, 남북한 간 핵협상에 대한 평가를 국제적인 기록으로 남길 필요가 있고, 북한 핵문제뿐만 아니라 21세기에 닥쳐 올 중국과 일본, 대만을 포함한 동북아시아의 핵문제를 국제 핵군축과 핵비확산체제의 관점에서 연구할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그때 유엔군축연구소 소장이었던 Sverre Lodgaard 박사가 저자를 유엔군축연구소의 객원연구원으로 받아 주었다. 이때에 저자는 “동북아의 핵군축과 비확산(Nuclear Disarmament and Nonproliferation in Northeast Asia)”란 책을 유엔이름으로 출판하였다.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의 핵문제를 광범위한 시각에서 분석하고, 동북아에서 비확산과 핵군축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남북한을 동시에 제네바군축회의(Conference on Disarmament)의 회원국으로 가입시키고, 북한에 대한 IAEA의 핵사찰을 강화할 수 있는 추가의정서(93+2)를 신속하게 통과시킬 것을 건의하였다. 이 건의는 몇 년 내에 수용되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저자와 세계의 핵비확산전문가공동체와의 지속적인 교류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그러다가 한국이 핵관련 문제에 대해 세 번째로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2010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테러세력의 핵무기 획득과 사용 가능성에 기인한 핵테러리즘을 저지하기 위해 핵안보정상회의를 주창하고 나선 때”였다. 이명박 정부는 2012년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를 서울에 유치하였고, 핵안보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자 정부는 준비자문단을 구성하였다. 이때에 저자는 이 자문단의 일원으로서 김성환 외교통상부장관에게 “1993년에 사라진 한국의 핵정책공동체와 핵공학공동체 간의 융합학문적 네트워크를 다시 재건해야, 앞으로 글로벌 핵문제를 다루어나가는 데에 있어서, 한국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건의하고 한국핵정책학회를 드디어 출범시키게 되었다.한편, 에너지자원 빈국인 한국이 1973년 중동 발 오일쇼크에서 벗어나고 에너지의 대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지하에서 캐내는 에너지가 아닌 인간의 머리에서 캐내는 에너지”라고 불리는 원자력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박정희 정부가 원자력발전 장기계획을 시작함으로써 한국에는 원자력발전의 붐이 조성되었다. 박정희 이후 모든 대통령을 거치면서 한국의 원자력은 지속적으로 발전하여, 2016년에 이르면 한국은 세계 5위의 원자력발전 대국이 된다. 그러나 2017년 등장한 문재인 정부에서 탈원전을 감행하여 한국은 원자력대국의 꿈이 사라지고, 핵공학 연구생태계는 소멸의 위기에 직면하였다. 2022년 5월 등장한 윤석열 정부가 탈원전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원자력의 제2의 르네상스를 시도하고 있음은 국가적으로나 학문적으로나 다행한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저자는 한국이 보편적인 국제핵비확산체제(NPT)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낮고, NPT에 가입하여 비핵정책과 핵의 이중성 중에서 평화적 원자력의 발전에 전념하면서도, 비핵화의 장점을 세계적으로 선양하고 국제적 연대를 형성함으로써 국가전략적 측면에서 국익을 챙겨오지 못하고 있음을 실감하였다. 그리고 핵공학 측면에서도 원자력의 세부적인 기술의 연구와 개발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부처 이기주의가 만연함을 보았다. 그래서 국가전략적 차원에서 군사안보와 과학기술을 융합한 학제간 연구를 통해 NPT 모범 준수국으로서 누려야할 모든 국제적 과학기술적 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관점에서 “한국의 핵정책과 비확산의 국제정치”라는 연구 주제를 가지고 2015년 5월 한국연구재단에 우수학자 연구사업에 지원신청을 하여 선정이 되었다. 이 책은 지난 5년간 연구를 종결 짓는 작업의 결과물이다.